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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데시벨은 왜 전력에는 10log, 전압에는 20log를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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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벨은 왜 전력에는 10log, 전압에는 20log를 쓰는가

처음 데시벨을 접했을 때는 꽤 순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하, 그냥 기준값으로 나눈 다음 로그를 씌우는 거구나. 10log(A/A0) 이군. 생각보다 얌전하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압에서는 20log를 쓰고, 전류에서도 20log를 쓰고, 소음에서는 기준값이 갑자기 2 × 10^-5 Pa라고 한다. 데시벨 전력 전압 전류 에너지 소음 신호대잡음비(SNR)를 한꺼번에 보면, 이 단위는 분명 같은 이름을 달고 있는데 계속 옷을 갈아입는다.
여기서 약간 짜증이 난다.
왜 여기저기 다른 거야. 그리고 Gain, 이득은 또 뭐야 대체.

데시벨은 단위라기보다 비율을 압축한 말에 가깝다

데시벨 dB는 기본적으로 “얼마나 큰가”를 절대값으로 말하는 단위가 아니다.
“무엇에 비해 얼마나 큰가”를 로그 스케일로 말하는 방식이다.
전력이라면 이렇게 쓴다.
dB = 10 log10(P2 / P1)
여기서 P1은 기준 전력이고, P2는 비교하려는 전력이다. 둘이 같으면 log10(1)이므로 0 dB가 된다.
그러니까 0 dB는 아무 소리도 없다는 뜻이 아니다. 기준과 같다는 뜻이다. 이걸 헷갈리면 데시벨은 초반부터 사람을 아주 조용히 괴롭힌다.
전력이 10배가 되면 10 dB가 올라간다. 전력이 100배가 되면 20 dB가 올라간다. 전력이 2배면 약 3 dB다.

 

이 정도가 데시벨의 첫 얼굴이다. 넓게 퍼진 값을 작고 다루기 좋은 숫자로 눌러 담는 압축팩 같은 역할이다. 압축팩은 좋은데, 가끔 꺼낼 때 뭐가 들어 있었는지 까먹는다.
참고한 자료: Keysight Decibels

그럼 20log는 어디서 슬쩍 나온 건데

문제의 20log는 전압과 전류에서 자주 튀어나온다.
전력은 저항에 대해 이렇게 연결된다.
P = V² / R
전류로 쓰면 이렇게 된다.
P = I² R
전압이나 전류는 전력 그 자체가 아니라, 전력의 제곱근 쪽에 있는 물리량이다. 같은 저항 또는 같은 임피던스 조건에서 전압비를 전력비로 바꾸면 제곱이 붙는다.
전압 기준으로 보면 이렇다.
dB = 10 log10(P2 / P1)
전력이 V^2 / R이고, 두 저항이 같다면
dB = 10 log10((V2 / V1)²)
로그 안의 제곱은 앞으로 나올 수 있다.
dB = 20 log10(V2 / V1)
그러니까 20은 누가 기분으로 붙인 숫자가 아니다. 전압이 제곱되어 전력이 되기 때문에 생긴 숫자다.

 

전류도 같은 논리다. 같은 저항 조건에서 전류가 2배가 되면 전력은 4배가 된다. 전력 4배는 약 6 dB다. 그래서 전압비 2배, 전류비 2배는 약 6 dB라고 말한다.
전력 2배는 약 3 dB인데 전압 2배는 약 6 dB다. 여기서부터 머릿속에서 작은 경고등이 켜진다. 같은 “2배”인데 dB가 다르다. 사실 같은 2배가 아니다. 하나는 전력의 2배고, 하나는 전압의 2배다. 이름은 비슷한데 몸무게가 다르다.

Gain은 그냥 출력 나누기 입력인데, 말이 짧아서 문제다

Gain, 이득은 기본적으로 출력과 입력의 비다.
전력 이득이면
Power gain = Pout / Pin
전압 이득이면
Voltage gain = Vout / Vin
이 값 자체는 그냥 배율이다. 증폭기 입력이 1 V이고 출력이 10 V라면 전압 이득은 10이다.
이걸 데시벨로 쓰면
Voltage gain in dB = 20 log10(10) = 20 dB
전력 이득이 10배라면
Power gain in dB = 10 log10(10) = 10 dB
그래서 “이 앰프 Gain이 20 dB야”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의 Gain인지 봐야 한다. 전압 이득인지, 전력 이득인지, 시스템에서 약속한 기준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자회로에서는 전압 Gain을 dB로 말하는 일이 많다. RF나 안테나 쪽에서는 전력 관점이 자주 나온다. 오디오에서도 전압 레벨, 전력 레벨, 음압 레벨이 묘하게 섞인다. 다들 dB라고 부르는데 각자 다른 문으로 들어온다.
이쯤 되면 dB는 단위라기보다 회의실 이름 같다. 안에 누가 앉아 있는지는 매번 확인해야 한다.

에너지는 전력 쪽 가족으로 보면 덜 헷갈린다

에너지는 전력과 닮은 쪽이다.
전력은 단위 시간당 에너지다. 그래서 두 에너지 양을 직접 비교할 때는 보통 전력비처럼 10log를 쓴다.
Energy level difference = 10 log10(E2 / E1)
예를 들어 어떤 펄스 신호의 에너지가 기준 펄스보다 100배 크다면 20 dB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파형의 진폭으로 에너지를 계산하는 상황에서는 다시 제곱이 등장한다. 진폭이 10배 커지면, 에너지는 대체로 100배가 된다. 이때 진폭비로 쓰면 20log가 된다.
결국 질문은 이거다.
지금 비교하는 값이 전력이나 에너지처럼 제곱된 효과를 이미 담고 있는가. 아니면 전압, 전류, 압력처럼 제곱되어야 전력성 물리량이 되는가.
이 질문 하나만 들고 있어도 데시벨의 반 정도는 덜 얄밉다.

소음에서 기준값이 갑자기 20 마이크로파스칼인 이유

소음, 정확히는 공기 중 음압 레벨을 말할 때는 기준 음압을 보통 20 µPa로 둔다.
20 µPa2 × 10^-5 Pa이다. 매우 작다. 대기압이 약 101325 Pa인 걸 생각하면, 거의 눈치만 보는 수준의 압력 변화다.
음압 레벨은 이렇게 쓴다.
Lp = 20 log10(prms / p0)
여기서 p0 = 20 µPa다.
왜 10이 아니라 20이냐면, 음압은 전력 그 자체가 아니라 전력의 제곱근에 해당하는 물리량이기 때문이다. 음향 에너지는 압력의 제곱과 연결된다. 그래서 소리의 압력비를 dB로 표현할 때는 20log가 나온다.
예를 들어 음압이 2 Pa인 소음이 있다고 하자.
Lp = 20 log10(2 / 0.00002)
비율은 100000이다.
Lp = 20 × 5 = 100 dB
그래서 2 Pa의 음압은 100 dB SPL 근처가 된다. 숫자로 보면 2 Pa는 작아 보이는데, 귀 입장에서는 작지 않다. 귀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가끔은 너무 성실하다.
20 µPa는 대략 건강한 젊은 사람이 1 kHz 부근에서 들을 수 있는 매우 작은 음압 기준으로 설명된다. 완벽한 개인별 청력 기준이라기보다, 공기 중 소리 측정을 위한 표준 기준값으로 보는 편이 맞다.

신호대잡음비는 전력비로 말하는 게 기본이다

신호대잡음비, SNR은 신호가 잡음보다 얼마나 큰지를 나타낸다.
기본형은 전력비다.
SNR dB = 10 log10(Psignal / Pnoise)
신호 전력이 잡음 전력보다 1000배 크면
SNR = 10 log10(1000) = 30 dB
30 dB SNR이면 신호 전력이 잡음 전력보다 1000배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 측정 장비에서는 전압 RMS로 신호와 잡음을 읽는 경우가 많다. 같은 임피던스에서 전압 RMS 비율로 SNR을 계산한다면 이렇게 쓴다.
SNR dB = 20 log10(Vsignal,rms / Vnoise,rms)
여기서도 원리는 같다. 전압비를 쓰고 있으니 20이다. 전력비를 쓰면 10이다.
실무에서 이 차이를 대충 넘기면 결과가 두 배로 틀어지는 게 아니라, 로그 스케일에서 조용히 이상한 숫자가 나온다. 더 무서운 건 그 숫자가 꽤 그럴듯해 보인다는 점이다. 틀린 dB는 대개 얼굴이 멀쩡하다.

그래프로 보면 로그는 별로 감성적이지 않고 그냥 압축이다

비율을 가로축에 두고 dB를 세로축에 두면 그래프는 직선처럼 보이지 않는다. 비율 1에서 0 dB, 비율 10에서 10 dB 또는 20 dB, 비율 100에서 20 dB 또는 40 dB로 간다.
전력비 그래프는 10배마다 10 dB씩 올라간다.
전압비 그래프는 10배마다 20 dB씩 올라간다.
이 차이는 그래프에서 아주 선명하다. 같은 비율 10을 넣었는데 전력 기준은 10 dB, 전압 기준은 20 dB다.
그래서 Bode plot에서 전압 이득을 볼 때 20 dB per decade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주파수가 10배 변할 때 크기가 20 dB 변한다는 말은, 진폭비가 10배 변한다는 뜻과 연결된다.
그래프가 예쁘게 생겼다고 해석까지 친절한 건 아니다. 축에 무엇을 올렸는지 봐야 한다. 전력인지, 전압인지, RMS인지, peak인지, 기준값이 뭔지. 그래프는 말을 아끼는 편이라 사람이 먼저 물어봐야 한다.

마이너스 데시벨은 실패가 아니라 기준보다 작다는 뜻이다

데시벨 값이 마이너스라고 해서 무언가가 물리적으로 음수라는 뜻은 아니다.
비율이 1보다 작으면 로그가 음수가 된다.
10 log10(0.1) = -10 dB
전력이 기준의 0.1배면 마이너스 10 dB다.
20 log10(0.5) ≈ -6 dB

 

전압이 기준의 절반이면 대략 마이너스 6 dB다.
이건 감쇠기, 필터, 케이블 손실, 오디오 레벨, 디지털 신호 처리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나온다. 오히려 마이너스 dB가 안 나오면 이상한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게 dBFS다.

dBFS는 0이 천장이라서 대부분 마이너스다

dBFS는 digital full scale 기준의 데시벨이다.
디지털 오디오에서 0 dBFS는 대체로 표현 가능한 최대 레벨을 뜻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디지털 오디오 미터에서 신호는 보통 마이너스 값으로 움직인다.
마이너스 12 dBFS, 마이너스 6 dBFS, 마이너스 1 dBFS 같은 식이다.
0 dBFS를 넘으면 어떻게 되느냐. 이상적인 정수 PCM 시스템에서는 더 표현할 수 있는 코드가 없다. 그래서 클리핑이 난다. 파형 꼭대기가 잘린다. 소리는 갑자기 성격이 나빠진다.
AES17에서는 0 dBFS를 디지털 full scale과 연결해 정의하며, 특히 사인파 기준에서 피크가 가능한 최대 디지털 코드에 닿는 레벨로 설명한다. 이 부분은 peak, RMS, 사인파, 사각파가 얽히면 또 작은 늪이 열린다. 늪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표준 문서다. 느낌은 비슷하다.

dB 뒤에 붙는 글자를 그냥 장식으로 보면 다친다

dB만 덩그러니 있으면 사실 정보가 부족하다.
dB SPL은 음압 기준이다. dBFS는 디지털 full scale 기준이다. dBm은 1 mW 기준 전력이다. dBV는 1 V 기준 전압이다. dBu는 또 다른 전압 기준이다.
뒤에 붙은 글자는 “내 기준값은 이거야”라고 말하는 꼬리표다.
그 꼬리표를 빼고 dB만 말하면 대화가 대충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계산은 대충 이어지지 않는다. 계산은 예의가 없다. 기준을 안 주면 틀린 값을 조용히 돌려준다.
dB SPL, dB HL, dB(A)도 이 흐름 안에 있다.
다만 여기서 그걸 다 열면 글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특히 dB(A)는 사람 귀의 주파수 감도를 흉내 내려고 가중치를 씌운 값이고, dB HL은 청력검사 쪽에서 또 다른 기준을 가진다. 둘 다 “그냥 dB지 뭐”라고 넘기기에는 뒷맛이 제법 세다.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멈추는 척하자.
데시벨은 하나의 공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준값과 물리량을 같이 들고 다니는 표기법이다. 전력은 10log, 전압과 전류와 음압은 조건이 맞을 때 20log, 에너지와 SNR은 무엇을 비교하느냐에 따라 식이 달라진다.
그리고 dB 뒤에 뭐가 붙었는지 안 보는 습관은, 언젠가 측정 화면 앞에서 아주 조용히 우리를 배신한다.
다음에 소음계 화면에서 dB(A)를 보면, 괜히 한 번 더 쳐다보게 될 것이다. 그 정도면 데시벨도 자기 일을 꽤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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